우리나라의 경우는 추천서에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말을 지나치게 쓰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책임자가 추천서를 적당히 써 주는 법이 없다. 과거에 나도 추천서를 받아보았지만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지적해서 써서 준다.
필자는 추천서를 써 달라고 하면 난처하다. 잘 쓰면 좋은데, 나쁘게 쓰면 상대방에 눈치 보이고 애매할 때가 많다. 추천서에 쓰는 마지막 글은 항상 비슷하다. ‘이 사람을 귀하의 식당에서 채용한다면 귀하의 식당을 빛낼 것이며, 먼 훗날에도 기억나는 셰프를 얻는 것이니 나를 믿고 채용해주기 바랍니다.’라고.
그런데 가끔 잘 써준 추천서가 오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열심히 잘 하겠다고 하기에 한 사람을 모 처의 주방장으로 취직시켜 주었다. 그런데 그가 주인과 싸우고, 주인 보기 미안할 정도로 법정에까지 섰으니, 난처한 건 추천서 써준 나였다. 물론 주방장 한 사람만의 잘못으로 일이 꼬인 건 아닐 것이다.
사장 성격이 이상하여 주방장과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셰프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서로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주인은 정말 내가 보아도 이해 못할 사람도 있고, 주방장도 이해 못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느낀다.
나도 과장일 때 일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단지 직장이라는 곳에 있을 때 직위도 있고, 책임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만두고 나면 아무 상관이 없다. 이사도, 부장도, 과장도, 주방장도 아니다. 그냥 자연인일 뿐이다. 지금 학교에 있으니 교수이지 퇴직하면 인간 최수근으로 남는다.
우리 모두 흰 옷 입은 사람끼리 서로 돕고, 선배 알아보고, 후배 챙기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어떨까. 너무 추상적인 소리만 하는지 모르지만, 나이가 60세 중반이 넘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조금 세상을 알아가는 것 같다. 서로 있을 때 잘 하는 것, 이것이 모든 셰프의 진정한 꿈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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