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분당구 구미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CORNER546

김형종 | cooknchef@daum.net | 입력 2018-01-18 1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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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구 구미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CORNER546



행복한 공동체 CORNER546

 

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길가에 대리석으로 치장한 3층 높이 주택건물이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평일 오후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오가는 행인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볕 좋은 오후에 펼쳐진 풍경이 휑한 거리와는 다르게 따뜻하다. 사람보다 햇살이 먼저 식당 테라스를 지나 커다란 창을 통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와 겨울과 어울리지 않게 마음을 포근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모퉁이 주택건물 1층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CORNER546’은 보고만 있어도 묘하게 마음이 흔들린다.


레스토랑은 작년 9월 오픈하면서 상호를 코너546으로 정했다. 상호는 레스토랑이 자리한 분당구 구미동 54-6번지와 코너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데서 착안했다는 게 권태석 대표의 설명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보다 쉽게 생각해서 결정한 이름이라지만 독특하고 기발하다.


레스토랑의 이름만큼이나 권태석 대표의 이력 또한 독특하다. 권 대표는 태권도 선수생활을 하다가 워커힐 카지노에서 딜러와 회계업무를 담당했는데, 손님 중 홋카이도 쿠시로 지방에 있는 ‘미야코 스시’의 회장과 인연이 닿으면서 일본 초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회사를 휴직하고 홋카이도로 건너간 권 대표는 초밥을 공부하고, 2004년 제주도에 회전초밥집을 차려 10여 년간 운영하게 된다,

 

▲ 권태석 대표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터지면서 초밥집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제주가 청정지역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죠. 하는 수 없이 식당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 대표가 제주의 식당을 정리할 즈음 한 지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그곳 운영에 관여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이탈리아 음식을 접하고는 그 매력에 빠져든다.

  
“일식이나 한식 같은 경우에는 계절을 많이 타는 식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이탈리아 음식은 철을 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죠. 물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지만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다양한 재료를 접목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는 매력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제가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해보자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7년 가을 지인의 식당에서 만난 김현수 셰프와 함께 CORNER546를 오픈했다. 레스토랑을 열며 권 대표는 파격적인 운영원칙을 세웠다. 바로 분배에 관한 원칙이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모두에게는 자기 몫의 급여가 책정되어 있지 않다. 서로를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아닌 CORNER546 자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서로를 그 구성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여가 아닌 수익을 똑같이 나누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이곳의 가족들은 그래서 서로를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바라보고, 동등한 관계 속에서 일하는 행복을 가장 큰 가치로 공유한다. 이러한 관계설정과 공동체 인식은 일하는 즐거움을 주고, 그것은 음식의 맛으로까지 이어진다.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레스토랑


CORNER546의 콘셉트라면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듯 누구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믿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석 대표나 김현수 셰프는 이러한 원칙을 어기지 않고, 좋은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을 고집스럽게 지킨다. 그래서 고기 요리에 뿌리는 소량의 소금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닭과 조개로 육수를 내어 소금 대신 음식 간을 조절한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저가의 식재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때문에 언제나 좋은 재료로 최상급 요리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권 대표는 그동안 레스토랑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맛과 품질에 있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역시나 오픈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방문하는 손님이 생겼다고 한다. 이렇듯 재방문율이 높아지면서 굳이 홍보에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조금씩 인지도가 오르는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런 비용이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데 쓰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김현수 오너셰프와 권태석 대표
이곳의 음식은 주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게다가 김현수 셰프가 새로운 재료를 이탈리아 요리에 접목하며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어 고정된 메뉴판을 만들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메뉴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좋은 건 당연하다.

 

CORNER546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시금치 피자’와 ‘차돌박이 파스타’를 들 수 있다. 물론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메뉴로 김현수 셰프가 개발한 요리다.


시금치 피자는 종잇장처럼 얇지만 식감이 쫄깃한 도우에 풍부한 시금치와 토마토, 그리고 비네거양파로 토핑하고 레지아노치즈가루를 눈처럼 뿌려놓은 또띠아식 피자다. 담백하면서도 토마토와 양파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 시금치 피자

차돌박이 파스타는 마치 볶음짬뽕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지만 직접 개발한 소스와 차돌박이가 묘하게 어울리는 맛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외에 파스타 중에서 꽃게와 홍게살이 들어간 ‘그랑끼오 파스타’, 새우와 버섯으로 먹물 하드롤을 채워 매콤한 맛의 ‘빠네크림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메뉴다.

  

▲ 차돌박이 파스타


샐러드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삼겹살스테이크 샐러드’로 샐러드 재료로는 생소하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삼겹살이 역시 김 셰프가 개발한 된장소스와 잘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준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느끼함과는 거리가 먼 담백하면서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입맛을 사로잡는 게 특징이다.

 

▲ 삼겹살스테이크샐러드


그리고 CORNER546에서 맛보는 스테이크 역시 일품이다. 한우만을 사용한 스테이크는 안심과 꽃등심 두 종류로 나뉜다. 제대로 구워낸 고기는 식감이 부드럽고, 소스와도 조화로워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스테이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한우 스테이크

이처럼 CORNER546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서도 의미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어느 모퉁이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CORNER546은 비록 유명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소개하고 싶은 레스토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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