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Story / ‘하루루’ 윤상돈 셰프> ‘정성과 감사’는 일상의 화두

- 63빌딩 (현 63시티) 58층에 위치한 ‘슈치쿠’ 출신의 일본 가이세키 요리의 달인
- 제철음식과 신선한 유기농산물을 사용해 건강식 제공
김명규 기자 | mgkim2002@hanmail.net | 입력 2020-11-16 10: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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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김명규 기자]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란? 우리나라 한정식 요리와 같은 일본식 전통 코스요리이다. 일식집 하면 흔히 사시미와 초밥집, 아니면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일식의 완성은 가이세키이다.

가이세키란 원래 일본의 관혼상제에 쓰는 정찬요리를 일컫는 요리였지만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계절과 음양, 그리고 건강을 고려하는 약선 음식의 특징을 갖게 됐다. 제철음식과 식재료를 이용해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제대로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전통 일식 요리이다.

신사동에 위치한 전통 일식집 ‘하루루’를 운영하는 윤상돈 셰프 역시 특급호텔 일식당에서 가이세키 전문 셰프이다. 2019년 압구정동 ‘하루루’ 총주방장 근무하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하루루’ 상호를 이어 지금 신사동 사거리 먹자골목에 작지만 전통 일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오픈했다.

제철음식과 신선한 유기농산물을 사용하고 있고, 인공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을 제공하고 있는 윤상돈 셰프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 요리계의 큰 스승인 진양호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요리가 단순히 먹는 음식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장르로 즐기는 문화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요리사에 대한 동경을 싹틔우게 되었다.

그 후 직업요리사의 꿈을 안고 전문 요리사를 배출하는 혜전대학교 호텔 조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실습실과 요릿집 아르바이트로 실전 기량을 쌓으며 전문 요리사의 꿈을 다져나갔다. 첫 직장으로 그랜드하얏트호텔 일식당 ‘아카사카’를 거쳐 여의도 63빌딩 ‘와꼬’(현 ‘슈치쿠’)에 입사하여 정통 일본요리를 접하기 시작했고 고급 가이세키 요리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63빌딩 (현 63시티) 58층에 위치한 ‘슈치쿠’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일식당일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서울시의 스카이라인, 멀리 북악산과 관악산까지 바라보이는 곳에 근무하며 전·현직 대통령부터 각계각층 저명한 인사들의 식사를 담당하며 식당의 위치만큼이나 높은 자부심과 깊은 요리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이제 오너 셰프가 되어 자신의 주방을 지휘하게 된 윤 셰프이지만 가끔은, 선·후배 달인들을 찾아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휴무를 반납하고 고군분투하던 일들도 떠오르고, 막내 시절엔 일식의 기초인 생선 손질을 능숙하고 신속하게 하고 싶어 쉬는 날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가 무료아르바이트를 하며 상인들의 손질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제일 저렴한 생선을 구매해 자췻집에서 연습하고 며칠을 생선 반찬만 먹었던 기억도 새롭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모두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한다.

일본요리는 섬세함과 투박함, 끊임없는 배려와 친절, 강함과 부드러움의 적절한 균형이 함께 존재한다. 만물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세상이 무탈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음식에도 어울림이 있어야 하고 맛에도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식은 새콤달콤한 요리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일식의 일부일 뿐 다양한 맛과 멋의 세계는 깊고 무궁무진하다. 사시미나 스시가 일본요리의 전부인 줄 알지만, 일식을 구성하는 일부분이지 전부라 말하긴 어렵고 맛과 영양의 균형을 이루려면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윤상돈 셰프는 일식을 이렇게 표현한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면요리인 우동이나 덮밥요리인 돈부리도 그 재료와 조리법의 가짓수는 엄청난 양이며 전문학교와 미슐랭가이드에 오를 만큼 전문장르로도 손색이 없다며 일본요리는 다양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다양성을 놓고 본다면 자국의 능력만큼이나 외세의 문물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민족의 본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성과 감사’는 하루를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도 없이 갖는 마음입니다. 일종의 화두라고 할까요. 가끔 주위의 셰프나 동종업을 하시는 분들 중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지 못하거나 책임 있게 임하지 않는 분들을 가끔씩 봅니다. 그냥 일이니까 하는 거지.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원가는 무조건 줄이고, 힘들고 피곤하니 대충대충 적당히. 자신의 손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손님에게 전달되어 입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많은 노고와 관심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 또 그것이 만족이라는 성적표가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볼 수 없을 때가 많아 아쉬워요.”

내 가족이나 지인의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마련하듯 정성을 다하면 될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무척이나 아쉽다는 윤상돈 셰프의 요리에는 ‘정성과 감사’란 조미료가 첨가된 건강한 맛을 담고 있다. 음식이 아니라 문화를, 예술을 먹으러 가고 싶은 미식가들에게 왜 ‘하루루’를 꼭 들러봐야 할 코스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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