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앤셰프.Columh> 서지나, 인생과 여행 / 안나푸르나 BC, 계단...계단... 그리고 계단...

- 정말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계단을 본 것도, 걸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서지나 칼럼니스트 | masterfl2013@gmail.com | 입력 2019-06-04 09: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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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산 안나푸르나. 한국인 방문자수가 가장 많다.

[Cook&Chef 서지나 칼럼니스트]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화장실에 다녀온 남편이 설산이 보인다고 했다. 그소리에 나가보니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제법 쌀쌀함이 느껴져서 오래 보지는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짐을 꾸리고 난생처음 히말라야 밀크티를 맛보았다. 달달한 음료를 좀처럼 입에대는 일이 없는데 기분탓일까?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제법 쌀쌀하던 날씨가 햇볕이 드니 따뜻해졌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래킹이 시작된 것이다.

 

일단은 뉴브리지를 지나 지누단다까지 가기로 했다. 2시간이면 간다고 했는데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도착했다. 안나푸르나BC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은 계단이라고 했다. 정말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계단을 본 것도, 걸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끝도 없는 계단을 보며 한숨만 나왔다.  

▲ 엄청난 무게로 보이는 목재를 끝없는 계단을 통해 옮기고있다

그렇게 한숨이 깊어갈 때 점심을 먹을수 있었다. 점심이라야 겨우 삶은 감자 정도와 따뜻한 차 한잔 이지만 너무나 반갑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촘롱'으로 출발했다. '촘롱'은 끝없이 올라가고 또 다시 그만큼을 내려와야 하는 코스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오르고 내리지 않으면 육두문자가 올라온다. 설상가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 커다란 김장비닐을 위와 양옆을 자르면 멋진 우비가 된다

꽃피고 새우는 아름다운 안나푸르나는 이미 사라지고 비가오고 안개가 자욱한 이곳에서 볼수있는 것이라고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오늘의 목표는 어퍼(upper) 시누와였지만 나의 다리는 더 이상은 갈수없다고 시위를 한다. 그리고 느려진 걸음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로어(lower) 시누와에 짐을 풀었다.  

▲ 처마밑은 옥수수들이 정겹기만 하다

우리가 짐을 푼 로지의 게스트들은 모두 한국사람이였다. 역시 안나푸르나는 한국인의 산이 맞나보다.팩 소주들이 테이블위로 돌아다니고 소란스럽다. 불편하여서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옆방과 우리방 사이에는 얇은 합판 하나가 전부다. 방음이 될리 없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남자1 : 술 마시면 고산병 올 수 있다네.. 그리고 안나푸르나BC에서 자는것 보다는 마푸차레BC에서

          자는 것이 고산병에 도움이 될거래.
남자2 : 누가?
남자1 : ....식당에 있던 어떤 한국사람이...
남자2 : 지가 뭘안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말을 뭘 들어? 

 

듣자마자 그 어떤한국 사람이 내 남편인걸 알아차렸다... 나중에 하산해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매일밤 술을 즐기셨는지 일행 중 여러분이 안나푸르나BC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길에서 만나는 트래커들은 서로의 트래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언과 정보를 공유한다. 사소한 정보나 조언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로지 앞마당에 벌러진 춤판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트래커들도 둘러앉아서 자그마한 축제가 벌어진다. 손뼉과 타악기에 맞춰 춤을 추고 흥이 돋는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옆방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그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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