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alk> 커피헌터 박창선(Sean Park)의 커피기행 / 인도 커피이야기

인도커피는 평민들의 소박한 삶처럼 투박스럽다가도 인디안 공주의 실루엣처럼 부드럽다
박창선 칼럼니스트 | kyobo24@naver.com | 입력 2020-12-16 08: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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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평상적인 노천 카페

​[Cook&Chef 박창선 칼럼니스트] 인도커피는 길가는 수많은 평민들의 소박한 삶처럼 투박스럽다가도, 파랗고 둥근 지붕아래 푸른 사파이어가 줄줄이 박힌 창문을 열고 세레나데를 불러줄 듯한 인디안 공주의 실루엣처럼 부드럽다. 또는 커피를 재배하는 인도인들의 강렬하고도 깊은 눈매처럼 깊은 색을 가지고 있다. 인도커피는 연간 30만톤 이상의 생산량으로 세계 5-6위의 생산실적을 자랑하는 커피대국이나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은 여전히 생소한, 조금은 소외받은 산지로 남아있다. 

▲ 커피산지 카르나타카의 유명 커피숍 Third Wave의 커피와 로스터

인도커피의 시작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커피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은 도둑질과 암투의 연속이었으며 인도커피 역사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1536년 오스만투르크제국의 터키인들이 예맨을 점령한 직후, 커피콩은 오스만제국 전체의 주요한 수출품중 하나로 떠올랐다.


예맨의 커피는 당시 지역사회에서 너무도 귀히 여겨 씨앗이나 나무의 타지역 송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커피의 송출시마다 엄격히 검사를 하였으며, 심지어 커피 생두의 경우에는 송출시 살짝 열을 가해 절대로 타지역에서는 발아가 안 되게끔 하여 송출을 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철저한 송출에 대한 보안을 피해가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1600년대 초 바바부단(Baba Budan)이라는 무슬림 순례자가 메카(Mecca)로 성지순례를 떠나게 되고 그 지역에서 유행하는 커피의 맛을 보게 된다. 말로만 듣던 커피맛을 보게된 바바부단은 이에 반해 커피씨앗을 인도로 밀반출 할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결국 씨앗 일곱 개를 자신의 배꼽 주변에 숨겨 복대를 하듯 천으로 동여맨 후 몰래 가지고 나가서 인도 남부 지방인 마이소르의 산악지대에서 경작하는 데 성공했다. 아무튼 이 사건은 커피종자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벗어나 외지로 처음 나가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으로 후대는 평가한다.

▲ 인도 전통 카페 Indian Coffee House

인도 몬순 커피
인도는 열대성기후인데다 넓은 국토에 많은 다양한 지역이 존재한다. 그 중 커피재배에 유리한 강수량과 배수가 잘되는 고원지대가 여러 곳에 있어 많은 양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주로 남쪽에 있는 3개주(Karnataka, Kerala, Tamil Nadu)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도커피가 생산된다. 이 3개주는 열대계절풍 강우인 몬순(Monsoon)의 영향을 받고 있어 커피의 건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렇다 할 인지도를 보이지 않는 인도커피도 한국시장에서 인도 몬순커피(India Monsoon)만큼은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 

 

커피가 인도에 처음 재배되던 16세기에는 유럽에서 인도커피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황금색 인도커피생두에서 나오는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미는 커피 한잔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귀부인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하여서는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이용해 오랜 항해를 거쳐야만 했고 6개월여에 이르는 이 기간 중에 소금기를 띤 습한 몬순 계절풍의 영향으로 커피가 숙성되어 누렇게 변하였다.

이러한 해풍을 맞아 변형된 커피는 푸른빛이 아닌 황금빛을 띄어 이 시절 인도커피는 유럽에서 올드 브라운 자바 커피(Old Brown Java Coffee)로 불리웠다. 신맛이 거의 사라지고 케러멜향의 단맛과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으로 변형되며 다른 식민지에서 운송되어 오는 커피와는 다른 향미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1869년 프랑스에 의해 개통된 수에즈 운하는 인도커피의 운명을 달리하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며 운송거리가 단축되고 수단도 증기선으로 바뀌어 운송기간이 아주 단축되었다. 실망스럽게도 바로 운송이 되는 인도커피는 예전의 그 맛을 찾을 길이 없고 그냥 동인도 제도 등에서 건너오는 일반 커피와 다를 바 없었다.


예전에 맛보던 인도커피 본연의 맛을 찾고자 한 프랑스 귀부인들은 새로운 가공방법을 요청하였다.
마침내 인도 남서부의 몬순기에 불어오는 해풍을 이용하여 가공하는 몬수닝(Monsooning)이라는 숙성법을 개발하여 지금껏 커피 가공에 사용하고 있다. 커피를 수확한 후 통풍이 잘 되는 창고에서 대기 중에 있는 습도에 노출시키며 골고루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해준다. 성긴 자루에 담아 해풍을 쐬어 주고, 다시 풀어 습기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6~7주 간을 반복하여 인위적으로 예전 몬순 커피의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번거로운 숙성법은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며 지금도 신맛이 적고 부드러운 인도커피는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인도 커피 품질 연구소의 커피 품질 평가 과정

인도커피농장의 가장큰 특징인 혼합식재(Inter Crop)
혼합식재란 커피나무 사이에 다른 품목을 혼합하여 식재하는 농림기법으로 인도에서는 커피나무 사이에 주로 후추(Pepper)를 식재한다. 이 후추나무는 덩굴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지지목으로 그래버티로부스타(Gravettia Robusta : 인도고유품종)를 식재하는 방법을 쓴다. 이 후추나무는 그늘재배를 위한 쉐이드트리(Shade tree)역할을 하여 커피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지만 농부들에게는 비즈니스의 문제로 추가수익원이 된다. 

 

 

인도커피의 종류와 식생
유럽시장에서는 몬순말라바AA(Monsooned Malabar AA), 마이소르너 너깃 엑스트라볼드(Mysore Nuggets Extra Bold), 로부스타인 카피로얄(Kaapi Royale)을 3대 인도커피로 꼽고있다.
특히 로부스타중에서 가장 유명한 카피로얄(Kaapi Royal)은 로부스타의 특성과 함께 아라비카에서 나오는 복합적 향미를 같이 가지고 있어 이탈리아 유명커피 브랜드의 베이스로 많이 쓰이고 있다. 

▲ 커피수확하는 인도 소녀

인도의 커피농장에서 지내다보면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들의 자연친화적 재배방식과 품종개량에 대한 의지이다. 절대적으로 그늘재배(Shade Grown)를 중시하기에 나무특징으로 잎들이 대체적으로 넓다. 지속가능한 영농(Sustanable)을 중시하기에 20-30년 된 커피나무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100년 가까이 수령이 된 로부스타도 있다.

▲ 인도 커피 농장의 전경

인도는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기계화가 미흡하다. 아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계화를 지양하고 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품종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활발하여 한 개의 농장 내에서도 다양한 품종을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커피교과서에서나 보는 인도 특유의 켄트(Kent) 품종은 녹병(Leaf Rust)에 약해 현재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다양한 품종들이 여러 가지 지역성을 고려하며 식생되어지고 있다.


개량품종인 찬드라기리(Chandra Gira), 40년까지 수확이 가능한 셀렉션6(Selection6), 생두의 스크린사이즈가 큰 카우베리, 셀렉션7, 셀렉션5, 낮은 고도에서 잘 자라는 셀렉션9, 높은 고도에서 잘 자라는 셀렉션3, 오랜 시간 주력 품종이었던 켄트와 셀렉션795와의 교잡종인 셀렉션6 등등.... 인도는 각각의 농장에 최적화되어 가장 경제성이 높은 품종을 커스터마이징(Custumizing)하기에 이르렀다.

이른 아침 인도의 커피농장에서 나서는 길은 열대의 태양아래 보이는 몸부림 대신 살포이 내린 안개의 차분함만이 서늘한 어깨를 휘감는다. 인도커피는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인도경제의 잠재성 만큼이나 그 발전가능성이 주목되는 커피이다. 조용히 그렇지만 반드시 찾아오는 아침의 기운처럼 인도커피도 훌쩍 자란 큰키로 우리주변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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