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alk / 커피헌터 박창선(Sean Park)> 커피농장 이야기

박창선 칼럼니스트 | kyobo24@naver.com | 입력 2021-01-24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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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박창선 칼럼니스트] 화사한 조명아래 멋진 유니폼의 바리스타가 추출해 내려주는 그윽한 향미의 한잔의 커피는 소비자의 시간을 풍요하게 가꾸어주지만 그 커피가 자라고 수확되는 커피농장의 풍광과 시간은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다.


커피는 대표적으로 해발고도가 높은곳에서 생산되는 작물이며, 산세가 험준하고 높은 고산지대의 커피일수록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과 일조량이 적절하여 고급 커피로 평가받아 좋은 값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눈을 뜨면 마을앞에 늘어선 커피나무에 빼곡하게 열린 잘익은 커피체리를 따사로이 영그는 햇살사이로 주섬주섬 망태기로 담아가며 마을주민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목가적 풍경을 기대함은 품격있는 장소에서 그윽한 커피향에 취하는것에 익숙해져 버린 커피소비국의 우리들이 가진 어설픈 바램일뿐인 것이다.

씨들링(Seedling)과 옮겨심기가 끝난 커피나무는 4년정도가 지나면 수확가능하게 된다. 우기의 끝자락을 알리는 소나기가 휩쓸고 가면 커피산지의 농부들은 이제 곧 시작될 커피수확시즌을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게 된다. 저품질 대량생산국가인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등의 경우 생산 관리에 있어서 기계화되어 있어 품질이나 열매의 성숙도와 상관없이 일괄 대량 수확 시스템으로 주로 저급 인스턴트에 쓰이지만, 한잔에 몇 천원을 지불해야 하는 품질을 논하는 커피에 쓰이는 원두의 경우는 농장에서 커피농부들의 손에 의해서만 일일이 핸드피킹으로 수확된다.

 

도시로 직장을 구해 떠난 젊은 인력을 대신해 부모의 일손을 돕는 작은 고사리 손으로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풍파와 인생의 모든 역경을 거쳐간 주름진 거친 손으로도 하나하나 잘 영근 체리만을 따 모아 팔아 그네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수확기를 시작하면 집 앞이나 마을주변 또는 접근성이 좋은 도로 주변의 커피나무에 열린 체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자취를 감추어버리기 마련이다. 손에서 가까운 곳부터 수확을 해나가는 커피농부는 수확시작 수주후에는 어느덧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저 산 깊은곳의 잘익고 상품성이 좋은 커피를 수확하기 위해 산길을 헤매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더 깊은 산속을 들어가야 하고, 또 다음날엔 이미 수확해 버린 나무들을 지나쳐 더 깊은곳으로 들어가 자신이 수확한 무거운 커피체리를 머리에 이고지고 또 다시 수시간을 걸어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농부 한사람이 1일 60kg에서 100kg정도를 수확하고 1헥타아르에서 수매량이 보통 500kg정도 나오니 매일 수백미터씩 산길을 더 걸어들어가야 다음날 수확할 장소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어느순간부터는 산길을 걸어 오르내리는 시간이 커피나무에서 체리를 수확하는 시간보다 많아지게되어 해가지기전 한알이라도 더 따내기 위하여 이른아침부터 수확에 나선다. 또한, 해발고도가 낮은 곳의 커피는 먼저 여물고 해발고도가 높은곳의 커피가 나중에 여물며, 같은 나무에서도 익어가는 시점이 다르기에, 커피를 수확하는 농부는 험로를 마다않고 매일 매일을 잘 여문 커피체리를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부지런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전원의 목가적 낭만을 커피한잔에 녹여 문화적 코드로 즐기는 우리에게 커피수확은 평온한 농촌의 한가로운 풍광으로 기대하지만 이들 커피농부들에게는 매일 산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참으로 고되디 고된 삶의 일부분인 것이다.

 한마대의 질좋은 커피체리(40kg)를 가공전 값으로 환산하면 대략 10불에서 20불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 돈은 빨갛게 영근 커피체리만큼이나 부풀어 있는 농부의 소박한 꿈을 실현시켜줄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이 농장의 커피를 팔아 도시에 공부보낸 자식놈 학비도 대고, 쌀도 사고, 세상의 신기로운 문물들도 접해보며 그렇게 세상과 교류를 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순수함은 미소로 묻어나오고 그들의 노동은 그저 그들의 건강한 삶의 부분인 것이다. 어스름 저녁넠에 산길을 헤치고 집으로 향하는 커피농부나 머리에 한가득 커피체리를 인 누이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나, 우리가 그들이 재배하고 수확해놓은 한톨 한톨의 커피를 소비되며 향미에 만족해하며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는 한 그들의 앞에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계속되며 또한 지속가능한 나은 삶이 보장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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