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작가 서지나의 <Time After Time> / 문맹에 관하여....

- 여행은 새로운 삶의 발견이며 삶에 대한 반성과 감사함이...
- 여행의 낯섬은 항상 느껴보지 못한 불안과 서글픔이 동반한다.
서지나 칼럼니스트 | masterfl2013@gmail.com | 입력 2019-04-25 07: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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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Cook&Chef 서지나 칼럼니스트] 파리유학시절 지금까지도 선명한 기억이 있다. 잡화점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고 있을때였다. 덩치는 크지만 어딘가 굉장히 소심한듯한 흑인여성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화장품종류에 하나였던것으로 기억된다.(아마도 마스카라였던것 같다.) 색깔이 무엇이냐고 했다. 나는 잠시 멍한 눈으로 그녀를 봐라봤고 그녀는 어정쩡한 웃음으로 글을 못 읽는다고 했다.

 

아... Couleur noire(꿀뢰흐 누와) 까만색... 그녀는 밝은 얼굴로 merci(메르시)감사합니다를 여러번 말하곤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상당히 당황한체 그자리에 한참을 서있었다. 사실상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과 처음 마주쳤고 왜 이많은 사람들중에 나를 택해서 물어봤을까?하는 의구심때문에 한동안 꽤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 안내판들 어딘가에 갈곳도 버스타입도 가격도 있을것인데.. 아무것도 알아볼수 없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문맹 퇴치에 성공했고 더이상 문맹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말로 세종대왕님께 감사해야한다.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세계어디에도 견줄수없는 위대한 문자를 만들어내셔서 대한민국이 사실상 문맹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으니말이다. 그렇게 잊혀졌던 기억을 소환하게 한 일은 내가 네팔과 인도를 갔을때다. 

 

네팔과 인도는 정말 내게는 그저 꼬불거리는 그림으로만 보이는... 까만건 글자일거라는 짐작만 가능하게하는 문자였다. 심지어 숫자역시 아라비아숫자를 표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관광객이 다니는 곳은 몇글자라도 영어로 표시되어있지만 주로 현지인들만 사용하는 버스터미널에서는 정말 누군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만한 사람을 찾기위해 두리번거려야만했다. 가격은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고 분명 그 문자들 어딘가에 가격이 써있을건데 알수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누가 나에게 친절히 진실을 말해줄것인가?

▲ photo - pixabay

그때 20년전 만났던 그 흑인 여성이 떠올랐다. 그 여인도 나와 같았으리라... 그리고 프랑스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심했다. 괜히 자존심 강한 프랑스 사람에게 말이라도 잘못 걸면 낭패를 볼테고 혹은 심술굳은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으며 엉뚱한 정보를 주었으리라... 그런 경험들이 그녀을 진실을 말해줄것 같은 이방인인 동양인 조그마한 계집아이를 지목하고 다가왔던 이유가 아니였을까? 갑자기 울컥한다.

 

얼마나 서러웠을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였다. 한국말은 물론이고 필리핀에 살고 있는덕분에 영어로 생활에 필요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던 나로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과 서글픔이였다. 모두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거 같고 사기당하는것 같았다. 네팔이나 인도 식당에 가도 현지인들은 얼마를 지불하는지 눈치를 보기 바빴고 그들이 내미는 메뉴판의 가격은 마치 나를 무시하고 놀리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 photo -pixabay
아... 글을 모른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 자기이름을 읽고 쓰는것이 왜 중요한지...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읽고 싸인을 할수 있다는것이 당연하지 않을수도 있구나..내가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글을 몰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이 와르르 무너졌다.


나에게 여행은 새로운 삶의 발견이다.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살아가는 나의 삶에 대한 반성과 감사함... 그리고 때로는 이렇듯 나의 오만함을 길위에서 깨우치게 해주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느낄수 없었던 삶의 새로운 시각들이 나를 오지로 배낭 여행자로 길위에 내모는 이유인것이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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