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Column (푸드컬럼)> 피딴문답(皮蛋問答)

- 스스로 나에게 문답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김준호 칼럼니스트 | mino23k@lotte.net | 입력 2021-01-04 01: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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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김준호 칼럼니스트] 오늘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수필 한편을 소개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피딴문답(皮蛋問答) –김소운
"자네, '피딴'이란 것 아나?“
"피딴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는 오리알[鴨卵] 말이야. '皮蛋(피단)'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록 오리알일망정, 나는 그 피딴을 대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절이라도 하고 싶어지거든……." "그건 또 왜?" "내가 존경하는 요리니까……."
"존경이라니…… 존경할 요리란 것도 있나?"
"있고말고. 내 얘기를 들어 보면 자네도 동감일 걸세. 오리알을 껍질째 진흙으로 싸서 겨 속에 묻어 두거든……. 한 반 년쯤 지난 뒤에 흙덩이를 부수고, 껍질을 까서 술안주로 내놓는 건데, 속은 굳어져서 마치 삶은 계란 같지만, 흙덩이 자체의 온기(溫氣) 외에 따로 가열(加熱)을 하는 것은 아니라네."
"오리알에 대한 조예(造詣)가 매우 소상하신데……."
"아니야, 나도 그 이상은 잘 모르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껍질을 깐 알맹이는 멍이 든 것처럼 시퍼런데도,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풍미(風味)가 기막히거든. 연소(燕巢)나 상어 지느러미처럼 고급 요리 축에는 못 들어가도 술안주로는 그만이지……."
(중략)
"그저 썩지만 않는다는 게 아니라, 거기서 말 못 할 풍미를 맛볼 수 있다는 거,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지……. 남들은 나를 글줄이나 쓰는 사람으로 치부하지만, 붓 한 자루로 살아 왔다면서, 나는 한 번도 피딴만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네. '망건을 십 년 뜨면 문리(文理)가 난다.'는 속담도 있는데, 글 하나 쓸 때마다 입시를 치르는 중학생마냥 긴장을 해야 하다니, 망발도 이만저만이지……."
"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지 않아……. 늙어 죽도록 중학생일 수만 있다면 오죽 좋아……."
"그런 건 좋게 하는 말이고, 잘라 말해서, 피딴만큼도 문리가 나지 않는다는 거야……. 이왕 글이라도 쓰려면, 하다못해 피딴 급수(級數)는 돼야겠는데……."
"썩어야 할 것이 썩어 버리지 않고, 독특한 풍미를 풍긴다는 거, 멋있는 얘기로구먼. 그런 얘기 나도 하나 알지. 피딴의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이하 생략)

 위 수필을 읽고 나는 적자니 충격을 받았다. 이 글을 접한 것은 음식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발을 들여 놓은지 3년여가 되던 해인데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는 이 글을 보며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 수필을 쓴 김소운선생의 시대에 중국음식점은 문학가나 지식인의 이야기의 산실이 된 정감 있는 장소였으며 한국 안의 또 다른 운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피단을 통해서 자신의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한 작가로서의 자기완성을 말하였고, ‘피딴만한 글’은 삶의 연륜이 담긴 자신만의 풍미가 담긴 글에 대에 갈구하는 마음을 표현 하였다.


 '망건을 십 년 뜨면 문리(文理)가 난다.'는 속담은 무슨 일에 있어서든지 연륜이 쌓이면 일을 훤히 꿰뚫어 본다는 말인데 이러한 내용들은 나에게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로써 그것도 늘 접하는 재료인 피단을 앞에 두고도 과연 ‘피단만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했다.   

 

오랫동안 조리사로 몸담아 음식을 만들면서 나는 창작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다가 갔는가? 이러한 생각과 물음들이 지금 조리사로써 다양한 조리에 관하여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피단에 대한 작가의 지식에 또 한 번 놀라고 그러한 피단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문학에서 길을 묻다』에서 저자인 최원현님이 수필에 대한 정의를 보면, 

 

“수필이란 요리는 조미료(미화연구)를 빼고 천연재료(인생이나 실상에서 느낀 점)만을 사용해서 담백하게 만들어야하고 누구든 저렴한 값에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리는 진한 여운을 남기고 감동을 주는 데에서 그 맛이 결정된다는 결론을 지을 수 있다.” 

 

위의 글에서 조리사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정의 해주고 있다. 이처럼 문학속에서 찾게된 음식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으며, 위에서 생략된 김소운의‘피딴문답’중 마지막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한다. 

 

“썩기 바로 직전이란 그 ‘타이밍’이 어렵겠군------. 썩는다는 말에 어폐(語弊)가 있긴 하지만, 이를테면 새우젓이니, 멸치젓이니 하는 젓갈 등속도 생짜 제맛이 아니고, 삭혀서 내는 맛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나가서 피딴으로 한 잔 할까? 피딴에 경례도 할 겸------.” 

 

나도 제대로 곰삭아가는 피단 같은 조리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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