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Story /구본길 셰프> 나의 옛날 이야기

- ‘고난’을 ‘행운’으로 바꿔치기
- “저 이렇게 호사스러워도 될까요?
변준성 기자 | cooknchefnews@naver.com | 입력 2020-12-27 01:36:58
  • 글자크기
  • -
  • +
  • 인쇄

[Cook&Chef 변준성 기자]순박한 남자란 바로 구본길 셰프를 두고 일컬어지는 말이 아닐까? 거짓이나 꾸밈없이 순수하며 인정이 두텁다는 순박함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다. 먹고 살길이 보이지 않아 절박했던 젊은 시절, 9년 동안 배를 타고 오대양을 누볐던 그가 다시는 배에 오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던 날. 그날의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구본길 셰프의 화두는 행복을 나누고 되돌려 주는 것이다. 환갑을 지난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고마움을 사회에 꼭 갚고 싶다는 생각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철학처럼 그는 주변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듯했다.

199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세계요리올림픽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에게 방송 출연 섭외가 줄을 이었다. ‘꿈의 궁전’, ‘위대한 밥상’, ‘호기심 천국’, ‘노벨의 식탁’ 등 셀 수 없는 만큼 카메라 앞에 섰다. 63시티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라, 회사 홍보 차 자주 출연했는데 24시간을 꼬박 촬영하고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밤낮없이 방송출연하고 받은 출연료는 10만 원이었다.

‘방송이니까 대충해도 될 텐데. 저 요리사는 스스로 몸값이 얼마인지 모르나봐.’ 출연료와 상관없이 어떤 방송 촬영도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그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속닥거릴 정도였다.

“요리사로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 드렸을 뿐입니다. 구본길이라는 이름을 믿어주는 시청자들에게 거짓 없이 말하고 보여 드렸습니다. 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보여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

양심을 지킬 수 없을 때는 거액의 해약금을 주고 방송 출연을 그만둔 적도 있다. 세계 맛 기행 차 대만으로 촬영 갔을 때는 오히려 개인 경비를 썼다.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맛있는 밥을 사느라 출연료보다 더 많은 밥값을 냈다.

구본길 셰프는 예전 조리대학 교수시절 학생들과 함께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는 봉사 활동을 나간다. “구본길 셰프가 해주는 스파게티를 먹어 보는 게 소원이다.”라는 말을 듣고 봉사를 시작한 지 벌써 17년째다.

“요리가 직업인데 스파게티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평생소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19살 나이로 원양어선에 오른 그는 그렇게 9년을 꼬박 배에서 보냈다. 인간 이하의 삶 연속이었던 원양어선을 타면서도 그는 외항선을 타겠다는 꿈을 품었다. 꿈에 그리던 외항선을 타니 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혀 일본 외항선을 탔다. 일본어를 실컷 듣고 말했을 때의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배를 탄다는 것은 언제든지 가족이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찾은 곳이 신길동 기술학교다. 66만 원 받던 선원은 한 달에 3만 원 받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 못하겠다 싶어 부산에 내려가 다시 배를 타려니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했으면 3년은 해봐야지 벌써 포기냐?”라고. 그 말 한마디에 구본길은 요리사로 오늘을 산다. 그 한마디만큼 그도 되돌려 주고 싶은 것이다. 멘토가 돼주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요리할 때 간하려고 손에 소금을 쥐고 뿌리죠. 맛을 보면 기가 막히게 잘 맞아요. 그럴 때 희열을 느낍니다. 요리에서 간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간’ 딱 맞추는 순간은 늘 긴장되고 즐거운 순간이라 말하는 구본길 셰프는 맛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한다.

조리를 배우기 위해 직업전문학교를 찾는 학생들에게  그곳은 막다른 골목 같은 곳이란다.

“좌절 겪지 않는 학생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사연 하나씩 있는 거 같아요. ‘요리’로 승부 해야 하는 간절함이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책에 있는 것,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다 공부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죠.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마케팅을 비롯해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밀착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 놓인 원양어선에서 죽음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고 ‘갓 잡은 참치의 염통을 맛본’ 드문 요리사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구본길 셰프. ‘고난’을 ‘행운’으로 치환할 수 있었던 마력을 지닌 그는 지나온 길을 포장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 또한 지나온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생활은 너무 호사스러운 게 아닌가 문득 생각합니다. 가끔은 정치하는 분이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는데 매우 화냅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저를 위해, 이 멋스러운 양복을 사 준 아내에게도 고맙고요. 제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저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잘 마무리 하고자 긴장하고 있습니다.”라는 구본길 셰프. “욕심부리면 나쁜 사람이다.”다고 쉽지만 어려운 이야기로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한호전
  • ns홈쇼핑
  • 구르메
  • 한주소금
  • 라치과
  • 보해양조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헤드라인HEAD LINE

많이본 기사